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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설향 작성일21-02-12 14:55 조회2,429회 댓글2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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/온나/


1
어머님이 난실로 건너오셨다

말이 입안에서 한참 머물다
'용아 전화' 하신다

알쯔하이머를 앓고 있는 그녀가
이 말이 입밖으로 나오기까지는
숯한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을 터였다

여기서 '용아'란
어머님께는 아들,
허샘에게는 아우,
내게는 도련님 되시겠다.


그니까
코로나로 일여년 동안 얼굴 한번 못본
서울사는 아들 '용아'가 보고싶으니
내게 와 영상통화를 걸어달라 하시는 게다

나는 전화를 걸기 전에
잠시 생각한다

그리곤
어머님께 여쭌다

설에 어머님뵈러 집에 내려오라 할까요?
-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한참만에 안돼안돼! 하신다

왜요 어머니, 코로나 때문에요?
- 고개를 끄덕이신다

오케이, 핵심 파악 종료.


2
영상통화 버튼을 누르고
마침내 도련님 얼굴이 보이자
어머님 얼굴이 급 환해지신다


하지만 우리 어머님,
마음은 훤한데 말이 나오다 만다
아무리 입을 달싹거리고 엉덩이를 들썩거려봐도
별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

저편 도련님 또한 감정이 북받치는 지 묵묵부답.

한동안 그렇게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기만 한다

보다못한 내가
방금 전에 준비한 멘트를
도련님께 하려하니,

어찌알고 도련님이 되려
어머님께 말한다

엄마, 이번 설에는 갈게요

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
어머님이 빛의 속도로 또릿하게 소리치신다




용아 온나.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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댓글목록

작천님의 댓글

작천 작성일

설향님!
설연휴 잘 보내셨는지요?
코로나가 모자간의 정마저 가로막을 수는 없죠.

설향님의 댓글

설향 댓글의 댓글 작성일

모자의 정.
그 애틋함을 제가 아들을 가지기 전엔
그 반에반에반도 헤아리질 못했어요.
요즘도 어머님은 아들을 보는 얼굴만큼은
세상에서 제일 아름답답니다.
옆에서 보는 제가 다 절로 미소가 나올정도로요.
그나저나, 여기 남쪽말고는 눈이 많이 온다네요.
눈길 조심하시구요. 빨강하트 보내요~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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